더불어 사는 법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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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법 배워요~장애인 탁구 선생님, 한영실씨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7.11.09 14:01:23

<사진: 영월군생활체육협의회 탁구생활지도자 한영실 씨>

오후 2시, 세경대학 사회교육원 1층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들어선다. 한 손에는 탁구 라켓을 들고 목발을 짚은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모두가 한영실(36.영월읍 덕포리)씨가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이다.

한영실, 그녀는 올해 여름부터 이곳 사회교육원 1층에서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탁구를 가르치고 있는 영월군생활체육협의회 소속 지도자다.

특히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영월 지역 장애인들을 지도하는 시간으로 하루 10여명의 장애인들의 그녀에게서 무료로 탁구를 배우며 운동을 즐기고 있다.

올해 초 장애인단체를 찾아가 탁구 지도를 하겠다고 나섰던 그녀. 열악한 단체의 상황 앞에서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서 탁구대와 장소를 물색해 지금의 대학 사회교육원자리를 확보한 그녀. 장애인들은 그녀를 “장애인들의 대모”같은 코치라고 대답한다.

“실력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한 코치 앞에서는 못하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배우는 회원들이 미안해 할 정도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어 탁구에 대한 자신감이 날로 커져 가고 있다. 머지않아 영월에서 대형선수가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던지며 웃는 장애인들.

10여년간 강원도대표 선수로 활동하고 국가대표 초등부 선수팀을 지도한 경력을 살려 영월생활체육협의회 탁구생활지도자의 길로 들어서자마자 관내 장애인들에게 탁구를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한 그녀. 그런 그녀의 결심 뒤에는 5년 전 강릉에서 장애인 탁구팀을 이끌어가면서부터 시작됐다.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 탁구를 지도하다가 장애인 탁구팀을 맡게 됐다. 일반인들을 지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 분들을 지도하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협된 생각에 머물러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그들은 장애를 불편해 하지 않고 현실속의 자신의 모습에서 탁구를 배우고 기술을 익혀갔다. 장애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오히려 내가 그들의 장애를 문제 삼고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회상하는 그녀.

4년 전 영월로 이사오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탁구교실을 꼭 열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그녀. 지금의 그녀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으며 그 꿈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실력있는 장애인 탁구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강원도장애인탁구 클럽대항전에 선수들을 출전시켜 경험을 쌓게 하고, 틈틈이 탁구 이론을 가르치며 장애인들을 이끌고 있는 그녀.
“시간이 여의치 않는 분들은 때로 밤 8~9시에 전화를 걸어 탁구를 배울 수 있느냐고 한다. 그 말이 너무 반갑고 기쁘다. 나에게는 작은 배려지만 열심히 배우고자 노력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

그녀는 장애인들을 지도하면서 진정으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고 당당히 말한다.
특히 지난달 일반회원들과 장애인 회원들을 위한 단합대회를 마련했는데 이 자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했다는 그녀.

“찻집으로 이동하는데 마침 그곳이 계단을 두 곳이나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회원들이 하나가 되어 동료 회원을 탄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서로 불편해 하지 않고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모두들 마음속에는 감동의 잔잔한 물결이 일었으리라 생각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 하루였다.”

무엇보다 그녀는 장애인들이 탁구를 통해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장애인들이 가정에 머물러 있고 용기가 없어 사회로 나오길 꺼리고 있는 현실에서 탁구가 장애인들과 사회를 이어주는 작은 통로가 되어준다면 더 바랄게 없다는 그녀.

또 그녀는 지난 여름방학 기간 동안 지역아동센터 30여명의 아동들에게 탁구를 지도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겨울방학에도 지역의 소외된 아동들을 위해 무료로 탁구를 지도할 계획이다.

엄흥석 영월군생활체육협의회 사무국장은 “체육시설과 여건 상 체육활동을 즐기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의 생활체육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특히 장애인들은 접근성이 어려워 더 소외됐었던 게 사실”이라며 “한 지도자의 열정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장애인들이 탁구를 즐기고 탁구를 통해 신체적·정신적 재활을 도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원도 탁구 클럽 대항전에서 1회의 우승과 2회의 준우승 경력을 저력으로 더욱 장애인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앞장서겠다는 한영실 씨. 그녀의 힘찬 목소리에 회원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진다.

*이웃기행은 우리 주위에 있는 이웃을 찾아가 한 인간의 삶의 자취와 흔적을 더듬어봄으로써 살아 온 삶의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고유한 인간의 개성적인 가치에 접근하고자 마련된 지면입니다. 우리 이웃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삶의 모습을 담고자 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정애정 기자/bluemay18@naver.net/010-7766-3414) <정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