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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그 사랑에 대하여(4)2007.8.3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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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10.26  11: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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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돌아오는 장마인데도, 짜증부터 난다. 이상하게 올해는 8월 한 달 동안 5일만 비가 안 오고 26일이 비가 오는 여름이었다. 계속되는 빗소리에 더욱 햇빛이 기다려진다.

끈끈한 바람, 후끈한 공기, 유난히 날렵한 모기, 힘차게 자라나는 잡초까지 나를 괴롭힌다. 땡볕 더위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서늘한 가을이 벌써 그리워 짐은 내 나이도 잊고 현실의 안위를 바라는 철부지의 생각이라고 밖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창 넓은 찻집에서 향 좋은 커피를 마시며 시집을 읽는다.”는 식의 사치스런 감상은 젊은 날의 일들 일 뿐, 한가로운 시골길을 거닐고 있는 늙은이의 생각은 축축이 젖은 바지 단 마냥 질척거릴 따름이다. 바로 나의 지금 생활 모습이다.

더위와 비에 지쳐 무거워진 눈꺼풀을 기분 좋게 깨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것도, 한도 끝도 없이 비 구경을 하다가 우울증에 빠지거나 우산을 던지고 무모하게 빗길을 질주할 나이는 벌써 수 십 년이 지났다.

지금은 “오직 감각을 충족시키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라던 프랑스의 시인처럼 “몸”을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단순함”으로 장마를 돌파해 보고 싶다. 육체적 한계(나이) 때문에···.

오감(五感)이란 보고, 듣고, 먹고, 느끼고, 냄새를 맡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귀가 예민해지듯 인간에게 주어진 오감은 찬란한 햇살보다는 적당히 어둡고 답답한 환경에서 더 활발히 작동하게 된다.

만성 저기압 상태에서 향기는 더 빼곡히 깔린다. 천천히 다가오는 커피의 묵직한 향도 한결 기분 좋게 다가온다. 고소한 빈대떡 냄새는 역시 적나라해지는 기분으로 나를 유도한다.

“툭툭”, “쓰와 쓰와”의 빗소리는 가만히 들으면 조금씩 음색(tone collar)을 바꿔가며 리듬(rhythm)도 바꿔 가며 장마철 교향곡을 시작한다. 물기를 머금고 따가운 솜털을 접은 착한 풀과 나무들은 손끝으로 툭툭 건드리면 기다렸다는 듯 유치한 한 소절의 노래를 연주하곤 바로 그친다.

어둡고 칙칙하고 울적한 마음을 오감을 동원해 명랑한 감각으로 변화시키는 변주곡(variation)형식의 연주로 이번 여름을 지내고 싶다. 바로 영월의 여름은 빗소리 교향곡을 연주하는 연주회장이다. 오늘도 빗소리에 잠이 든다.

글쓴이: 전 중등교사. 홍익대부속고등학교에서 재직하다 퇴임하고 2003년 가을, 영월로 내려와 현재 영월대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특기적성 순회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오태진씨가 영월에 내려온 이후 영월에 대한 감상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온 것 중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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