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행>> 행복한 슈퍼우먼 이명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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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기행>> 행복한 슈퍼우먼 이명순씨다섯 희망과 살아가는 이야기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7.10.05 14:07:30

지난 2일 오전 10시30분. 이명순(42.영월읍 영흥13리)씨는 어김없이 남편과 다섯살박이 막내아들 동현이에게 출근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선다.
17살, 16살, 12살, 9살. 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느라 아침 내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떨어지기 싫어하는 막내아들의 재롱을 뒤로 하고 또 다시 자신의 출근 준비에 바쁜 이명순씨.
하지만 7개월 전 음식점에서 써빙일을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이씨는 이런 아침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4년 전.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남편이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 4급의 진단을 받으면서 기울기 시작한 사업체가 문을 닫자 생활전선으로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씨.
생활비를 벌기 위해 육체적인 노동도 가리지 않아야 했고 다섯아이의 엄마로 씩씩함을 잃지 않기 위해 억지웃음이라도 크게 웃어야 했다는 그녀. 주위에서는 “뭣하러 아이를 다섯씩이나 낳아서 그 고생이냐”고 하지만 오히려 다섯 아이가 “삶의 희망이자, 꿈”이라고 말하는 그녀다.
“부모님 두 분만이 홀홀단신으로 이북에서 월남해 나와 4남매를 키우셨다. 친척이라고는 오로지 형제밖에 없었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작은아버지, 사촌··· 아무도 없었다. 결혼을 앞두고 남편에게 ‘우리 자식만큼은 많이 낳아서 형제·친척 간에 정을 느끼면서 살게 하자’고 얘기했고 딸 셋과 아들 둘을 얻었다.”
하지만 아이 다섯을 키우면서 적지 않은 마음고생과 설움도 많이 받았다는 이씨. 특히 90년대 초 정부의 아이 하나 낳기 출산억제정책이 몰아치면서 아이 서 너 명을 데리고 다니는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의 눈초리는 곱지 않았다. 그런 시선 때문에 식당에서 온 가족이 외식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기차를 탈 때면 아이들은 일부러 떨어져 앉아 가기도 했다.
이씨 자신 역시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거나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등의 포스터를 볼 때마다 고개를 들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나 스스로 부족한 것이 없는데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는 일이 무시를 당해야 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부부가 사랑으로 얻은 아기인데, 당연히 낳아서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우리 부부의 전 재산이이자 우리 부부를 지탱시켜 주는 버팀목이다.”

생활비, 다른 집의 두 배 이상···그래도 후회없어

지난 8월초. 이씨는 큰 아이 때문에 울고 말았다. 고등학교 1학년인 큰 딸아이가 집에 생활비를 보태겠다고 여름방학 동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다. 생활비 걱정은 말고 공부만 하라고 야단을 쳤지만 “사회경험도 쌓고, 돈도 벌고 싶다”는 큰 딸아이의 끈질긴 설득에 이씨 부부는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또래 아이들이 방학이라고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산으로 강으로 무더위를 피해 놀러갈 때 큰 딸아이는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며 잔심부름을 하고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여고 1학년의 여름 방학을 그렇게 보내고 아버지에게 줄 담배 한 보루를 사 들고 월급봉투를 내밀던 딸의 모습을 이씨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기특하고 고마웠다. 늘 동생들 챙기며 맏이 역할을 하느라 힘든데 아르바이트까지 해 집을 도우려고 한 마음에, 그저 미안했다. 또 자신의 부끄러움보다 가정을 먼저 생각해 준 마음이 대견스럽고 ‘다 컸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나름대로 배운 게 많았다는 딸아이의 말에 자신도 큰 힘을 얻게 되었다는 이씨. 그런 큰 딸아이가 그녀는 자랑스럽기만 하다.
현재 이씨의 가족은 모두 7명. 가족이 많다보니 쌀과 부식비, 생필품비 등 생활비도 다른 집에 비해 두 배 이상 든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면서 급식비와 운영비, 준비물 구입비 등 교육에 필요한 경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씨처럼 다자녀 가구를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의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 요즘처럼 저출산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출산장려금 지원 등 각종 출산장려책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이씨에게는 손길이 닿지 않는다.
“출산을 장려한다는 것은 낳아서 키우는데 어려움이 줄어들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가족을 비롯해 다자녀 가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장기적 안목을 가진 출산장려책과 다자녀가구정책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젊고 활기차다는 증거이며, 희망을 심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하는 이씨.
이런 이씨를 위해 지난달 영월군여성단체협의회에서는 여성대회 행사에서 ‘다산상’을 시상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남편이 예전처럼 일하는 것···유일한 바램

아이 다섯을 키우며 남편 뒷바라지에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는 그녀에게 바램이 있다면 남편이 예전처럼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 사고를 당한 뒤 2년 동안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남편은 얼마 전 택시운전을 해보겠다고 시작했다가 좌절을 겪기도 했다.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다며, 이곳 저곳 일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장애4급의 남편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았다.
마당에 나가 쓸쓸히 담배를 피워 무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안쓰러워 몰래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는 그녀는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이 있어 힘들지만은 않다.
“남편 역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에게 아내로서 큰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힘든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그 역시 나를 안쓰럽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 부부에게 다섯 아이들은 희망이다. 아이들을 보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다시 일어서야겠다고 느낀다."
웃는 모습은 흉내만 내도 좋다며, 오늘도 씩씩하게 일터에서 큰 목소리로 웃으며 일하는 그녀. 그녀의 환한 웃음 뒤로 아픔이 저만치 뒷걸음 치고 있다.

*이웃기행은 우리 주위에 있는 이웃을 찾아가 한 인간의 삶의 자취와 흔적을 더듬어봄으로써 살아 온 삶의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고유한 인간의 개성적인 가치에 접근하고자 마련된 지면입니다. 우리 이웃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삶의 모습을 담고자 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정애정 기자/bluemay18@naver.net/010-7766-3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