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이란 경제학 용어로‘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기회 자체 또는 그러한 기회가 갖는 가치’를 말한다. 시간·돈·능력 등 주어진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다양한 기회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 어떤 기회의 선택은 곧 나머지 기회들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 나는 요즈음 사람들의 삶에서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의 용어가 적용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는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영월군수 후보로 출마했다가 그 꿈을 이루지 못함에서 연유한다. 지금까지의 세상여행과 군수선거를 준비하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힘들기 보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지 18년이 되었다. 중앙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고 젊은 친구들과 토론을 한지도 10년이다. 수강생 중에는 70세에 가까운 분도 계셨다. 대학에서 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강의를 했지만 스스로 배우는 것이 많았다. 일흔에 가까운 어르신 수강생에게서는 이런 것을 배웠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놓아버리면 죽은 것이다.’ 루신의 단편소설 「고향」 중에는 이러한 표현이 있다.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나는 부모님을 여의고 8년 전에 귀향을 했다. 고향 영월에 새로운 길을 내고자 열심히 걷고 있다. 

  군수선거에 출마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일상의 생활에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삶인 개개인의 세상여행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그 관점이라는 것이 대부분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삶이란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 생각을 동의 받고 그리고 마음을 얻는 것이다. 정치적 행위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적 행위에는 자기의 생각을 동의 받기 위한 수단과 방법의 동원이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았고, 루신의 표현대로 희망을 이야기 했다. ‘미래의 영월과 변화가 필요한 영월’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함께 걸어가는 많은 동행자를 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내가 이야기했던 정책과 공약들은 영월에서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해 준다.

  나의 선거캠프 이름은 ‘엄지캠프’였다. 캠프의 SNS팀장은 딸인 엄희윤이었다. 지난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영월군수 예비후보 경선결과가 발표되었고 민주당의 후보가 되지 못했다. 캠프에서 운영하던 단톡방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SNS팀장인 딸의 글이었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지만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지금껏 일하면서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빠가 준비했던 공약들이나 사상적 측면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돕지 못했을 거 같아요. 가족이 아니라 유권자로서도 공약에 공감을 했기 때문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이사님(영월신문 창간 멤버이며 엄지캠프 사무장이었던 박상학 후배를 말한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더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아내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에게 확실한 공천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이번 도전은 매몰비용이 아닌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