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꽃피홍정임 영월읍 덕포3리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6.04.17  10:12:0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비가 오자 산에 나무들이 구름 같아졌다. 보얀 구름처럼 뭉실뭉실 잎눈들이 일어났다.
가까이에 있는 목련들도 몽싯몽싯 뺄가니 하야니 수줍은 이마를 들어내고 있다. 살구꽃 복사꽃 들이 막 터져대고 있다. 그 연한 잎으로 세상으로 소리치며 나올 때 그들은 얼마나 오래 견디고 참았을까? 한 세상을 뒤에 두고 다른 세상을 향해 껍질을 깨는 아픔은 얼마일까?

개나리 진달래들도 마구 피어난다. 동박꽃 산수유꽃 벚꽃 살구꽃 할미꽃 제비꽃들도 사방에서 활짝 피어도 조그맣게 더 조그맣게 피어난다. 푸름푸름 시냇가에 버들이 아니래도 일찍 물오르는 나무들은 벌써 잎눈을 틔워 빛깔을 달리하고 있다. 얼마나 어여쁜 꽃 각시들인가. 얼마나 이쁜 잎 아기들인가. 저렇게 힘들게 연 세상을 꽃들은 제 목숨이 짧다는 거나 알고 있을까? 열매를 다는 꽃들은 덜 슬플까? 자식이 없는 사람과 자식이 있는 사람은 갈 때 마음이 다를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아쉽고 후회되고 그리고 미련 없고 한 것들은 다 제 각각의 몫일 뿐.

그래도 참 대견하다. 어쩌면 저렇게 철을 잘 알고 제 철 들어서 피고 지고 나는지 하는 것도 그렇고, 갈 때면 저 알아서 가는 것도 그렇고, 가는 때에 더욱 고운 것도 그렇다. 옛날 말에 일찍 죽는 사람 치고 영글지 않은 사람 없다고 하더니 꽃도 잎도 제 목숨 짧은 걸 알아서 질 때 더욱 고운 것일까? 그렇다면 이쁘게 나고 작게 살다가 더욱 곱게 간다는 것이 참 부러울 노릇이다.

그에 비해 사는 세월이 기니까 갖고 싶은 것도 많아져서인지 아니면 가질 수 있는 게 무척 많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어지간하면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하지만 겸손하게 사는 일에 자신이 없고 욕심을 버리는 일에도 자신이 없다. 뿐만 아니라 곱게 가는 일도, 제 때 철들고 제 철에 맞게 사는 일을 하는 것도 그렇게 가는 것도 자신이 없다.
지금 바람 불고 앞날 흐린 모래바람 속에서 꽃들이 사방에서 터지듯이 피어나는 걸 보며 생각한다. 참 아프겠다고. 저기에는 꽃들의 피가 나고 꽃들의 피 냄새가 나고 꽃들의 피가 물들고 있을 거라고.

어디선가 저 꽃처럼 아니면 저 잎처럼 어여쁘게 살다가 아프게 간 사람을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어디선가 저 꽃처럼 아니면 저 잎처럼 어여쁘게 살다가 아프게 갈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은 사람의 삶이 묻어있고 사람의 냄새를 풍길 것이며 사람의 아픔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아프고 어여쁘고 외로울 사람에게, 알아보아주지 못하고 같이 피어주지 못해서 참말 미안하다.
영월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본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주소가 자동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은행나무길 32 (하송리 113-7) 영월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 225-02-63194  |  계좌번호 : 영월농협 351-1115-7667-43  |  예금주 : 영월신문
등록번호 : 강원, 아00126  |  등록일 : 2012. 4. 18  |  발행·편집인 : 최홍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홍식  |  전화: (033)374-0038~9  |  FAX : (033)374-1494  |  E-mail : c3740039@chol.com
Copyright © 2020 YEONGWOL-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