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시스타가 끝내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동강시스타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회생 신청안을 원안 의결하고 서울중앙법원 파산부로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을 제출했다. 앞으로 법원은 신청안을 심사해 한 달 내로 기업회생 개시결정을 내리고 각종 채무에 대한 동결조치 여부를 확정할 전망이다. 분통이 터진다. 이 지경이 되도록 수수방관한 영월군에 제일 화가 난다. 시스타는 영월군의 향토기업이다. 폐광지역에 대한 정부의 보상적 의미가 담긴 회사이기에 출자비율을 떠나 주인은 당당히 영월군이다. 영월군민이다. 그런데도 영월군은 주인의식을 망각한 채 대주주인 광해관리공단에 끌려 다니며 이 눈치 저 눈치만 살피다가 회사를 죽음으로 내 몬 꼴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가만있기라도 했더라면, 이소영우주체험관, 자산매각, 위탁운영이나 민자유치 등 회사의 자구노력을 방해하지만 않았더라도 건재할 수 있었던 시스타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 대로 리조트 문외한들의 무지한 판단과 농단에 파국을 맞게 됐다.

  영월군이 공단의 전횡을 방조하고 주인구실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있다면, 최대주주 광해관리공단은 직무유기와 책임회피, 말이 회생이지 회사를 죽음으로 내 몬 과실치사의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동강시스타의 유동성문제는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지 않는가. 몇 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고, 공단이 그토록 내세우는 두 번의 용역결과에 깨알처럼 적혀 있다. 그래도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다. 지역사람들이 만든 영월주민주식회사를 쳐내는 고통과 직원들을 수십 명이나 내보내는 아픔을 감수했다. 직원들의 봉급도 일부 반납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결과 2015년 말 회사 설립 이래 첫 영업 이익을 내서 현금흐름상 흑자구조까지 만들어 냈다. 이 모두는 회사가 먼저 자구노력을 하면 지원해주겠다는 공단의 약속을 철썩 같이 믿었기에 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이 모두가 사기였다.  음모였다. 배신이었다.

  내가 공단과 군에 책임을 추궁하고 분노하는 것은 이번 동강시스타 사태가 자체경영의 문제로 야기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조트 조성과정에서 부족한 사업비를 은행차입(230억)과 분양(170억)을 통해 충당함으로써 이자와 만기분양회원권 반환에 따른 유동성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니 그 책임이 전적으로 대주주인 광해관리공단과 강원랜드 그리고 영월군에 있다. 만일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의 대주주가 이런 식으로 출자회사를 관리한다면 살아남을 기업이 단 한 곳이라도 있겠는가. 양심이 있으면 말해보라.
 
  사정이 이러한데도 공단은 막대한 기금을 손에 쥐고도 배임운운하며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않고, 회생신청 수단을 빌려 회원권 상환 등 채무동결을 통해 우선 위기를 모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설사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져 법원이 채무동결을 한다하더라도, 경기 침체의 장기화 속에 영업이익으로 자체운영도 버거운 실정에서 회사가 400억 원이 넘는 부채를 상환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공단이, 결국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회생절차로 몰아넣는 것은 폐광지역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범죄행위로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국민의당이 17일 성명을 통해 “동강시스타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정부의 폐광지역 회생 정책이 실패했음이 또 한 번 드러났다”며“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의 즉각 해임과 영월지역 주민의 피해보상을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나섰다. 국민의당은 이어“회생절차 신청은 주주단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법원으로 떠넘긴 전형적인 회피 행동”이라고 규탄하면서 앞으로 사태를 예의주시하겠고 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일 공석 중인 동강시스타 사장에 4·13총선과 함께 실시된 거창군수 재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폐광지역과 무관한 낙하산이 부임했다. 대통령이 탄핵중이고 집권여당이 두 동강난 와중에서조차 자기사람을 챙기는 친박들의 이 상상할 수 없는 몰염치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영월군민을 우롱하고 비웃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부당한 회생신청 압력에 맞서 해임된 사장 후임으로 이런 후안무치의 작태를 보이다니 공단은 스스로 존립명분을 잃었고, 영월군은 무능과 무책임의 끝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이 정권의 운명도 몇 개월 남지 않았다. 폐광지역정책 20년의 대수술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법을 고치고 조직과 인적청산을 확실하게 해서 안과의사에게 위암수술을 맡기는 격의 이런 가당치도 않은 일이 다시는 폐광지역에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광해관리공단이 동강에 던진, 영월군이 수수방관한 향토기업 동강시스타를 영월 충신 엄흥도가 단종의 시신을 동강에서 거둔 심정으로 건져 올려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