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구 획정을 놓고 가까스로 여야가 합의한 지금 시점에서 당내경선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 후보자들의 공약보다는 후보자들의 경력, 인맥, 학력 등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것이 현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상은 선거 때마다 지속되어 왔다. 이대로라면 쟁점이슈에 대해 후보 간 각축전을 벌이고, 유권자들의 이성적 투표보다는 감성적 투표를 유도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하지만 감성을 내려놓고 이성으로 접근해 보면, 대의제 민주주의를 가장 원활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은 “정책선거”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가 제시한 정책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고 자신의 선호를 가장 잘 반영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선거가 정착됨으로써 정당정치에서 중요시하는 책임정치가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긍정적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근 “매니페스토”라는 실천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매니페스토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목표, 추진우선수위, 이행방법,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 등을 명시하여 제시하는 공약을 말한다. 이에 대해 유권자는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여 현명하게 투표하고, 당선인이 공약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곧 지연이나 학연, 혈연 등의 연고를 떠나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선진 선거문화를 도입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따라서 4. 13. 국회의원선거가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책선거로 실시될 수 있도록 정치권은 물론 언론, 시민단체, 학계 선관위 등의 합심적이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에 의해 정치적 정당성을 위임받은 정치인들은 정당 매니페스토를 통해 공급자 차원의 매니페스토가 확립되어야 선거적 안정성과 정책적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후보자의 이념과 정책이 갖는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정책위주의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 시민단체는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치문화 변화에 많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요구·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정당과 정치인의 행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책공약의 수요자로서 유권자와 일반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