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종국장 세계화는 내용을 알 수 없는 애매한 명칭이다.

  ‘단종국장’은 2007년 처음 치러진 이래, 9년이 지난 2015년 오늘도 정해진 명칭이 없다.
  예로서 단종국장 세계화, 단종국장 재현, 단종국장 시연, 단종국장(발인반차) 재현, 조선시대 국장세계화, 조선시대 국장재현, 조선시대 국장시연, 조선시대국장(발인반차) 재현 심지어 영월국장 등으로 호칭되고 있어 딱히 무엇을 말하는지 혼란스럽다.
  조선시대에는 명분을 대단히 중시한다. 치르지도 않은 단종국장을 문화콘텐츠로 만들려하니 자연 명칭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말이 ‘단종국장 세계화’이지 속 내용은 영조 임금의 국장도감의궤(발인반차도)를 참고하여 영조의 것을 담아 놓은 것이다. 단종의 것이 아니니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명칭부터 확실하게 정해져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국장은 5개월장(대한민국 대통령 국가장은 5일장)으로 치러졌다. 그리고 3년 동안 이어지는 조선시대 국상은 크게 4단계로 진행 되었다. 즉 1.염습의례(의식 준비기간 5일), 2.빈전의례(재궁을 빈전에 안치 후 5개월), 3.발인의례(재궁을 산릉에 옮겨 안치 3∼5일), 4.혼전의례(신주를 혼전에 안치 3년)의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영월군에서 추진한다는 ‘단종국장 세계화’는 세번째 단계인 발인의례에 해당하는데 보통 3∼5일 동안 치러야 하는 발인의례를 단2시간에 모두 마친다. 단종국장 재현(?) 또는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다.
  명칭을 ‘단종국장 장례행렬(발인반차) 시연’이라고 하면 좀 더 사실에 가깝다.

2. 조선시대 국장에는 선소리(喪輿소리)가 없었다.

  국조오례의 상례 편을 보면 ‘대여의 상여꾼은 8백 명인데, 백의를 입고 백건(白巾)·백학창(白鶴氅)·백행등(白行縢:흰각반)·백말(白襪:흰양말)·승혜(繩鞋:미투리)를 착용하며, 4개 교대조로 나뉜다. 무릇 수레와 가마·의장기물·횃불 등을 손에 받들고 가는 사람은 모두 입에 함매(銜枚: 재갈을 물림)를 한다.’라고 되어있다.(轝士八百, 著白衣·白巾·白鶴氅·白行縢·白襪·繩鞋, 分爲四番. 凡車轝儀仗炬火捧持者, 皆銜枚.)
  또한 밤이 되면 횃불(炬火)잡이 500명, 촉롱(燭籠)잡이 500명이 의장(儀仗) 행렬의 안과 밖에 서서 불을 밝히고 날이 밝으면 끈다. 정숙이 요구되기 때문에 모두 입에 재갈을 채운다.
  발인행렬에는 악대(樂隊)도 포함된다. 발인행렬의 악대와 왕의 생전 시에 수행하는 악대의 차이는 생전 시의 악대는 연주를 우렁차게 하여 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반면, 발인행렬에서는 악기만 갖추고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법을 ‘행렬에 진열은 하지만 연주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진이부작(陳而不作)’이라 한다.
  국왕도 사람이다. 상상이기는 하지만 5개월 동안 빈전에 안치되어 부패되고 냄새나는 재궁(단종시신)을 상여에 싣고 1년에 한 차례씩 상여소리(장송곡)를 울리며 영월읍내 중심가를 행진한다는 것은 생각하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3. 단종국장은 흉례(凶禮)이다. 단종문화제 기간에 국장을 함께 치른다는 것은 예법 전통문화에 어긋난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모든 행사를 길례(吉禮)·가례(嘉禮)·빈례(賓禮)·군례(軍禮)·흉례(凶禮) 등 ｢국조오례의｣라는 5가지 기본예식 범주 속에 규정해 두고 있다. 오례의(五禮儀)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길례(吉禮): 사직ㆍ종묘와 각 전(殿) 및 산천 등 국가에서 드리는 제사의식
  •가례(嘉禮): 조서(詔書) 및 칙서(勅書)를 받는 의식, 조참(朝參)과 상참(常參), 납비ㆍ책비 등 왕실의 혼례 절차, 세자의 관례, 책례, 입학례, 양로연(養老宴)에 관한 내용
  •빈례(賓禮): 중국 사신 및 일본ㆍ유구국 등 외국 사신을 접대하는 의식
  •군례(軍禮): 친사(親射)ㆍ열병(閱兵)ㆍ강무(講武)에 관한 군사의식
  •흉례(凶禮): 왕의 국장(國葬)을 비롯하여 왕실의 상·장례(喪葬禮) 의식절차 등이다.

  국상이 나면 계령(戒令)이 내렸으니 초상부터 졸곡(卒哭: 삼우제를 지낸 뒤, 곡을 끝낸다는 뜻으로 지내는 제사)까지는 대사, 중사, 소사 등 모든 국가 제사를 멈추도록 하였으며 음악 연주를 금하도록 했다. 따라서 3년 동안은 온 나라에서 음악 소리를 내지 않았으니 음악 소리를 내는 것은 불법이었다. 5일 동안 시장을 폐쇄하고 졸곡 전까지 혼인과 도살을 금했다.

  단종제례(한식제향)는 영월 단종문화제의 중심이자 국조오례의 길례(吉禮) 가운데 대사(大祀)에 속한다. 흉례인 ‘단종국장’을 길례인 단종제례(한식제향)와 함께 치를 수 없다. 이는 단종역사의 본산이자 ‘충절의 고장 영월’의 명예와 전통예법에 손상을 주는 잘못된 처사이다.
 
  영월 단종문화제는 내용상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즉, ①단종제례(한식제향)과 ②각종 이벤트성 축제행사 그리고 ③‘단종국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3가지 행사는 본시 성격이나 규모면에서 볼 때 각각 독립적으로 분리하여 진행해야 마땅하다. 이 가운데 특히 흉례인 ‘단종국장’은 단종문화제로부터 하루속히 분리하여야 한다.
 
  영월장릉은 사적 제196호(1970년 5월 26일 지정)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2009년 6월 30일), 그리고 단종제례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2호로 지정(2011년 4월 22일)되었다. 문화재청 문화유산헌장 첫 항에는 ‘문화유산은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장릉 내의 각종문화유적과 문헌상의 관련 기록들은 함부로 왜곡시키거나 원래의 모습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이는 문화재를 훼손하고 규정을 위반하는 처사이다.

  ‘단종제례’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2호 지정(2011년 4월 22일)에 따라서 ‘단종제례 무형문화유산 원래 모습을 찾아 본 모습 그대로 보존하여야 한다.’ 이는 ｢국조오례의서례｣에 규정되어 있고 정조대왕 왕명에 의해 편정된 <어정배식록>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영월군에서 마음대로 일자를 바꿀 수 없다.

4) 영월군 ‘단종국장 세계화’ 해결 과제는 무엇인가?  

  조선시대 국장은 국왕(왕후)이 승하하거나 또는 왕릉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천장(遷葬)시에만 있었던 한시적인 국가행사였다. ‘단종국장’은 어린 단종의 고혼을 달래고자 군민의 염원을 담아 처음으로 치러드린 상상속의 장례였다. 복원도 아니요 재현도 아닌 단지 상상 속에 치러진 국장을 사실처럼 재현한다는 것은 전승성과 진정성의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그리고 550년 만에 치러드리는 ‘단종국장’이고 보니 과연 어느 시기 어느 임금의 국장도감의궤(발인반차도)를 참고로 하여 재현할 것인지 국장의 시기와 절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다음 재궁(국왕시신)을 빈전에서 산릉으로 옮겨가는 국장행렬은 ‘발인반차도(發靷班次圖)’에 의거한다. 국장행렬은 보통 500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과 장비가 동원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한다. ‘발인반차도’란 방대한 행사참여 구성원의 임무와 순서를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다. 각자의 직책, 의장물의 수와 모습, 배치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도상연습용 자료이다. 이는 늦어도 발인 10일 전에 그림으로 완성해서 왕에게 계획을 검토 받고 충분한 예행연습을 통해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2007년부터 9년이나 반복된 영월군 ‘단종국장’에는 있어야 할 ‘발인반차도’가 없다. 2014년 10월 ‘단종국장’에는 영조국장도감의궤(발인반차도)를 참고하여 약 1000여 명의 인원이 참가하였는데, 상당수는 주관 대행업체에 의해 행사당일 서울에서 일당(5만원+식사2끼)을 받고 충원된 용병이다. 나머지 인원은 영월군관하 읍·면에서 무작위로 동원된 군민이니 ‘발인반차도’가 무엇인지 알 리가 없다.

  ‘단종국장’이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려면 무엇보다 영월군민에 의한 전승과 동의 그리고 광범위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2007년 이래 9년간 이어 온 ‘단종국장’에서 영월군민은 주체가 아니라 제 3자이자 구경꾼이다. ‘단종국장’의 내용과 진행절차는 대행업체 소수 인원만이 알고 있을 뿐, 진행 과정이 예법에 맞는지 틀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본시 국장이란 영월의 것도 아니요, 해 본적도 없으며, 교육을 받은 적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영월군은 최근 몇 년간 ‘단종국장 세계화’에 과도한 정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본시 조선시대 국장에 없었던 상여소리까지 해 가며 가시적인 국장행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영월만이 가지는 장릉제례(한식제향)는 전통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의의를 잃고 말았다. 지역축제는 축제로서의 의의를 살리지 못하면 정체성을 상실하여 획일화된 보기문화로 전락한다. 군민의 참여 없는 ‘단종국장’은 한계가 있으며, 아무리 좋아도 내 것이 아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