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으로 배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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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으로 배우는 삶김봉엽 영월읍 덕포3리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7.01.12 11:50:01

직업상 여러 지역에서 근무할 수 밖에 없었던 저는 지난 5.31 지방선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고향인 영월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고향에 계셨던 어머님은 몸이 많이 불편하신 상태였고 근처에 사는 자식들도 없어 제가 근무하는 곳으로 모시고 가서 생활하기를 원하였지만 영월을 떠날 수 없다는 어머님의 의지에 따라 저는 근무지를 영월로 신청하여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회귀성 물고기인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 온 저는 그동안 직장관계로 소홀히 하였던 고향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이곳 친구들과 만나서 새롭고 활기찬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 중의 하나로 ‘효와 예, 용서’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며 실천하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효는 가족사랑의 가정윤리입니다. 다시 모시게 된 어머님께는 정성을 다해 효도하고 근심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기 위해 가족 모두가 공경의 자세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정성을 다해 키우신 것처럼 저도 그렇게 모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남편으로서 처가 식구들을 위해서도 소홀함이 없이 대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 가족이 할머니한테 윗저고리(쉐타)를 구입하여 소포로 보내드리니까 ‘우리 손주며느리가 보내온 것’이라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시면서 자랑하였다는 소리를 들을 때 작은 정성이지만 할머니께서 좋아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얼마전 저는 2006년도 신사임당상을 수상하신 박국희 영월군자원봉사센터 소장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는 쉽게 사랑하고 쉽게 가정을 가지고, 쉽게 가정을 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시면서 그 어느 때 보다 부부간에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서로 정성을 다하는 가정이 되고 국가 구성원이 되어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시는 선생님의 고귀한 인생철학을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부부간에 화목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 또한 큰 효가 아니겠습니까.

예는 이웃사랑의 사회윤리이며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이라고 생각하며 상관과 부하, 친구, 부모, 자식, 형제간에도 예가 잘 갖추어지지 않으면 그 관계가 온전해 질수 없으며 부부간에도 반드시 필요한 사항입니다.
‘너나 똑바로 해라’하실 분이 계시겠지만 실천방법으로 정직해야 되겠으며 금전적으로 또 사회윤리의 도덕성을 갖추고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사실을 사실대로 말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더불어 유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신라 김유신 장군은 백제와의 전투에서 이기고 돌아와 왕을 뵙고 집으로 가는 길에 백제군이 다시 쳐들어오고 있으니 다시 출전하라는 왕명을 듣고 말머리를 다시 돌렸습니다. 피곤한 부하들의 원성도 많았지만 장군이 자기 집 앞을 지나치면서 옆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보고 공과 사를 분명히 가리는 장군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사기가 충전한 부하들은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어떤 강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생살이의 참 삶을 살려고 한다면 ‘벽제화장터’에 가서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고인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 대포잔을 나누어 보라, 고 한 적이 있습니다. 고인의 살아생전 삶을 알고 나면 내가 살아야 할 방법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고 하였을 때 속으로 '참 별소리 다하시네' 하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우연히 벽제화장터를 가게 되었을 때 그 강사의 말씀을 떠올리며 용서에 대해 새삼 많은 것을 깨달은 경험이 있습니다.

영월로 오기 전 저는 우리 가족 구성원을 하나 잃었습니다. 모든 세상이 싫고 모든 의욕이 없어졌고 내가 증오하고 죽이고 싶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남은 가족은 남을 용서해야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설득했지만 좀처럼 마음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술과 담배로 세상을 살고 있을 때 갑자기 가정이 생각나면서 내가 이러한 행동을 지속한다면 가정이 파괴되고 나 자신도 망가진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위암 초기증상인 것 같으니 큰 병원을 찾으라는 의사의 말에 우리 가족은 그날 밤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다행히 정밀 진단 후 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판명되어 건강은 나아졌고 만약 이 상태에서 내가 죽는다면 인생은 너무 부질없이 삶이라 느낀 저는 증오하고 미운사람을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평온함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자식은 가슴에 묻고 산다’고 하지만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며 남을 용서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증오하고 미울수록 내 마음에 문을 크게 열고 영월의 좋은 공기와 따뜻한 사람의 정을 들이마시라고.
"군민중심 희망영월" 사랑하는 고향 영월이 영원한 발전을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